[스크랩] “안개낀 초원에... 아름다운 백두대간의 아침이 찾아온다“
■ 산행일자 : 2010년 06월 27일 일요일
■ 산행경로 : 대관령 - 새봉 - 선자령 - 곤신봉 - 전망대 - 매봉 - 소황병산 - 산장 - 노인봉 - 1321봉 - 1243봉 - 진고개(역순진행)
■ 산행거리 : 26km 내외
■ 산행시간 : 9시간40분(후미기준 식사 및 휴식포함)
■ 산행인원 : 백두대간종주대 23명
영동고속도로를 지나 평창 진부로 진입하여 강릉 연곡 방향의 6번 지방국도를 오른다. 오는 내내 대한민국 축구 8강기원 응원으로 기진맥진 온몸의 힘이 빠진다. 결국 경기도 지고, 몸도 지치고... 도로는 굽이굽이 돌아 진고개휴게소 주차장에 도착한다. 장마철 산행이라 내심 걱정도 많이 했는데 다행히 큰비는 오지않고 이슬비가 간간히 내린다.
이곳 진고개는 강릉시 연곡과 평창군 대관령 사이를 잇는 970m의 고개이다. 이 고개는 현재의 포장도로로 되기전에 비만오면 땅이 질어서 진고개로 불리웠다고 한다. 휴게소 옆 노인봉을 오르는 매표소를 통과하면서 본격적인 노인봉 산행길에 오른다. 다행히 국립공원 야간산행 단속반이 없어 무사하게 통과를 하였다.
초입을 지나자 나무계단이 시작되는데, 꾀나 길게 느껴진다. 사실 오늘은 이 나무 계단만 지나고 나면 그리 힘든 산행이 아니다. 아무리 비가 온다 해도 후덥지근한 여름은 어쩔수없나 보다. 급경사로 이어지는 계단을 오르면서 온몸은 땀으로 얼룩 짖는다. 물기에 젖은 계단을 조심스럽게 쉼없이 오르니 안부에 올라서고, 주능선 길로 이어지면서 황병산과 노인봉으로 오르는 갈림길에서 좌측으로 비탈길을 10분 오르자 노인봉에 닿는다.
노인봉 정상에 올라서니 여전히 이슬비는 하염없이 내리고 있고, 차가운 바람이 불어와 온몸에 한기를 느낀다. 어쩌면 오늘이 맑은날 정상적인 시간이라면 이곳 노인봉에서 동해로 떠오르는 멋진 일출을 보았을지도 모른다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노인봉은 현재 오대산국립공원에 포함되어 있으나 진고개를 사이에 두고 오대산과 그맥을 잇고 있을뿐 사실 오대산과는 별개의 지역이라 할수있다. 오대산국립공원은 크게보아 비로봉, 상왕봉, 동대산 등의 봉우리들과 그 사이의 많은 사찰들로 구성된 월정사지역 그리고 노인봉을 중심으로 하는 소금강지역로 나뉜다.
노인봉은 정상에 기묘하게 생긴 화강암 봉우리가 우뚝 솟아있어 그 모습이 사계절을 두고 멀리서 바라보면 백발노인과 같이 보인다 하여 노인봉이라 불렀다 한다. 노인봉 남동쪽으로 황병산이 있고 북동쪽으로는 긴 계곡이 흘러 청학천을 이룬다. 노인봉에서 청학천으로 흐르는 계곡물이 하류로 내려 가면서 낙영폭포, 만물상, 구룡폭포, 무릉계로 이어지는데 이름하여 이곳을 오대산 소금강이라 한다.
오대산 소금강은 국내에선 그 아름다움을 따라갈 곳이 없어 대한민국 명승지 제1호로 지정 되었다. 기암들의 모습이 마치 작은 금강산을 보는듯 하다 하여 소금강이라 부르게 되었다 한다. 소금강의 유래는 조선중기의 대학자 율곡 이이가 외할머니를 간병하기 위해 강릉에 내려와서 머무는 동안 외가집 근처 청학산(오대산)이 명승지라는 말을 듣고 지인들과 청학동에 들렸을 때였다. 청학산은 율곡이 16세 되던해 어머니 신사임당을 여윈 후 인생무상을 느껴 금강산에 입사하여 본 금강산의 축소판 같았다 해서 그때부터 소금강이라 명명한 것이다. 그의 기행문 "청학산기"에 잘 나타나 있으며 소금강 입구 표석에 새겨진 '小金剛'이란 글씨도 율곡이 직접 쓴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소금강은 울창한 숲 사이로 기암의 수려함을 드러내어 찾는이로 하여금 한눈에 빨려들게 한다. 비록 기암괴석이나 계곡의 깊이가 금강이나 설악엔 못 미치지만 무릉계곡 첫 구비에서부터 40여리에 걸쳐 있는 계곡을 걷노라면 산행인들의 혼을 빼놓을 정도로 빼어난건 사실이다.
특히 오늘같은 한여름 산행지로 정말 끝내주는 코스로 오름시간이 1-2시간이면 충분하고 하산길은 3-4시간이면 넉넉하다. 깊은 계곡 소금강은 선녀가 놀다 나뭇꾼과 여러 인연을 맺었을 법한 폭포와 소가 아름다우니 이 모든 비경이 찾는이에 입에서 감탄사를 연발하게 만드는 곳이다.
노인봉에서 올라온 길로 다시 내려서자 갈림길이 나타나고 소금강으로 내려가는 이정표가 있고, 소황병산 이정표는 보이지 않는다. 소금강 방향으로 조금 내려가 대피소 옆에 출입금지 안내 표지판이 나타나고 그 뒤로 울타리를 타고 넘어 대간길로 들어선다. 마치 길이 없는 것처럼 수풀이 우거져 있지만, 희미한 산행로가 눈에 들어 온다. 이제부터 출입금지구역이다. 멸종 위기의 야생동물들이 살고있는 이곳은 침범하여서는 안돼는 그들의 마지막 공간 이지만, 우리땅 한반도의 등줄기를 모두 밟아보려는 인간의 욕심이 순간 너무도 미안하기만 하다.
최대한 조용히 그들의 영역안에서 그들에게 피해를 주지않고 이 구간을 지나가야 한다. 사람에 손이 닿지않은 공간이라서일까? 숲과 잡목이 우거져 진행하기가 까다롭다. 특히 산길 옆으로 파헤쳐진 땅들은 멧돼지인지? 아니면 다른 동물의 흔적인지? 제법 많이 파헤쳐져 있는 모습을 보니 약간 등골이 오싹하기도 하다.
지루하게 이어진 평이한 산길을 1시간쯤 진행하였는지? 이제 서서히 세상이 밝아지며 소황병산에 오른다. 소황병산 정상에 오르니 안개낀 초원이 어렴풋이 펼쳐진다. 그리 춥지도 않고, 그리 덥지도 않은 운치있는 아침 풍경이다. 이런 아침 시간 이런 장소에 서게되면 가슴속에 아무리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있는 사람도 모든 시름을 다 잃어 버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다행히도 소황병산 초소를 경계하는 분이 안계셔서 이 구간을 무사히 통과한다. 여기서 대간길은 소황병산 초소를 끼고 왼쪽으로 90도 방향으로 꺽여 진행한다. 매봉으로 가는 길은 목초지와 숲이 경계를 이루는 지점을 따라 길이 나아있다. 왼쪽으로는 숲이 있고, 오른쪽으로는 끝없이 펼쳐진 안개낀 초원... 그리고 초원의 곳곳에 피어있는 이름모를 야생화... 엄청나게 많은 양의 야생화는 아니지만 그래도 매봉까지 가는길 내내 대간길 옆으로 우리를 반겨주며 운치를 더한다.
어느순간 숲을 헤치고 나오니 마치 영화의 한장면처럼 초원 한가운데 서있는 멋드러진 소나무 한그루가 쉬어가라 손짓한다. 마치 오늘 대간 산행의 백미라고 말할수 있는 이 평화로움 그리고 여유로움...! 모두들 사진을 찍으며 한참을 즐거워 하며 그리고 아쉬움에 또 뒤돌아 보게 되는 멋진 장소이다.
야트막한 나무 숲을 헤치고 나가자 다시한번 시야가 열린다. 비록 안개낀 초원에 아침이지만 너무도 황홀하다. 이쯤되면 평화로운 목장이 보이고, 실제로 풀을 뜯고 있는 젖소떼가 보여야 하지만 ~ 웬걸? 금방 볼일을 본듯한 젓소의 배설물만 온천지에 깔려있다. 그래도 아름답기만 하다 ㅋㅋ
초원의 나무 아래에 둘러 앉아 아침식사를 마치고 여유롭게 커피도 마신다. 식사후 계속 이어지는 초원길을 따라 걷자 마지막 목책이 나오고, 출입금지 구역 간판을 발견하게 된다. 드디어 출입금지 구역을 모두 통과 하였다. 아마도 이곳이 매봉인가 보다.
매봉을 지나고 나서부터 본격적으로 풍력발전기 구역이 나타난다. 바로 옆으로 지나게 되니 그 크기가 장난이 아니다. 비록 안개에 가려 그 소리만 들릴뿐 잘 보이지는 않는다. 바람이 불지 않아서 발전기가 빠르게 돌지 않고 그렇게 시끄럽지도 않다. 아마 빠르게 돌고 있었더라면 조금은 겁이나지 않았을까 생각도 해본다.
첫번째 풍력 발전기를 지날때부터 다시 목초지가 이어진다. 안개낀 초원 사이로 굽이굽이 이어진 대간길이 너무도 아름다운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정말 이 계절에 어쩌면 연출하기 힘든 멋찐 장면들이다. 동해전망대를 지난다. 물론 당연히 조망이 전혀없다. 그래도 즐겁기만하다.
지금부터 차가 다닐수 있는 농로 수준의 커다란 대간길을 걷는다. 어쩌면 오늘 대간길이 거의 주변이 완전하게 노출된 초원이다 보니, 태양을 피할곳이 전혀 없는 곳을 오늘은 이렇게 시원하게 통과함을 감사해야 한다. 뙤약볕 아래에서 그늘 하나 없이 걸어간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힘든 일이겠는가?
곤신봉은 목장길 따라 가는길 한켠에 바위 지대와 함께 있다. 이곳에 서니 다음 목표 선자령이 얼마남지 않았다. 곤신봉을 지나 대간길은 목장길을 따라 이어지기도 하고, 가끔은 구불구불한 목장길을 벗어나 능선을 따라 직선으로 이어지며 숲으로 들어가기도 하면서 계속된다.
어느덧 갑자기 안개가 걷히고 초원의 모습이 선명하게 들어온다. 이렇게 아름답고 멋진 풍경들이 바로 눈 앞에 숨어 있었구나... 끝없는 초원과 계속해서 나타나는 바람개비 풍차.... 자연의 조화로움에 감사를 드려야겠다. 역시 모두들 감격스러워하며 또한 즐거워 한다.
선자령 정상은 목장길을 따라가다가 왼쪽으로 꺽이며 봉우리로 올라가게 되어있다. 물론 목장길은 대관령까지 가는 우회 도로이다. 10여분 오르니 선자령 정상이다. 정상에는 엄청나게 큰 백두대간 기념비가 서 있다. 예전에 겨울에 올랐던 선자령이 아니다. 정상석에서 사진 한장 찍기 힘들었던 그 선자령이 아니다. 오늘은 대간꾼 외에 보이지 않는 정말 한적하고 여유로운 산행이다.
선자령의 이름은 선자령 아래 보현사에서 보면 선자령 정상이 떠오르는 달로 보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추측하기도 하고, 선자(仙子)란 곧 신선, 혹은 용모가 아름다운 여자를 말하여 선자령의 능선의 굴곡이 아름다워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특히 선자령은 겨울철에 항상 눈을 볼수있는 곳으로 산이라고 하기보다는 설원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알맞다. 5~10도의 완만한 경사의 하얀 동화의 나라처럼 숨이 멎을 정도의 아름다운 설원으로 펼쳐지는 이곳은 사방이 막힘 없이 탁 트힌 백설의 바다를 이루고 있다. 능선을 따라 이어진 설원에서 눈꽃을 감상하고 하산 길에는 엉덩이썰매를 즐기며 내려올수 있어 가족단위 산행으로 알맞은 곳이다.
단체사진을 남기고 마지막 목적지 대관령으로 진행한다. 선자령에서 대관령으로 내려서는 길도 여느 백두대간 산행과 달리 완만하게 내려서며 쉽고 편안하기 그지 없다. 내려오는 길에 나뭇가지 마다 곳곳에 매달려있는 “바우길” 표식이 참으로 인상적이다.
얼마전 강릉이 고향인 소설가 이순원씨와 산악인 이기호씨, 그리고 뜻있는 강릉시민이 뭉쳐 바우길 10개 코스, 총 150㎞를 개척했다. 그 길은 백두대간 대관령을 넘어 경포대와 정동진 바닷가로 이어진다. 강원도와 강원도 사람을 친근하게 부르는 “감자바우“에서 이름을 딴 바우길은 투박하지만 자연의 깊은 맛이 살아 있다. 바우길 첫 번째 코스가 대관령에서 선자령으로 이어진 길인데, 이순원씨는 ”선자령 풍차길“이란 멋진 이름을 붙였다.
대관령은 개마고원과 함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고위평탄면이다. 말 그대로 고도는 높은데 두리뭉실한 평지가 펼쳐진다. 수천만년 전 지표면이 침식작용을 받아 평탄해졌다가 한세월이 지난 뒤 지각변동에 의해 낮은 땅이 솟아 올랐다고 한다. 백두대간 능선이 흐르는 대관령을 기준으로 서쪽 일대는 고위평탄면이고, 동쪽은 급경사를 이루다 동해를 만난다. 이러한 지형적 특징으로 대관령은 남한에서 가장 먼저 서리가 내리고 툭하면 폭설이 쏟아진다. 여기에다 심심하면 몰아치는 강한 바람은 대관령 일대의 능선을 초원지대로 만들었다. 이러한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봉우리가 선자령이다.
선자령 산길은 대관령에서 백두대간 능선을 타고 오르는 길뿐이었으나 얼마 전 산림청에서 계곡길을 냈다. 소설가 이순원씨는 두 길을 묶어 바우길 제1코스 “선자령 풍차길”로 명명했다. 강릉으로 들어오기 전 백두대간 산정에서 시원하게 펼쳐진 동해와 강릉을 먼저 구경하라는 뜻이라 한다.
이제 구 대관령 상행휴게소 방향으로 완전히 내려서자 대관령 국사성황당비가 우리를 반긴다. 어쩌면 오늘은 지금이 최고의 계절이라는 것에 동의하지 않을수 없는 날이었다. 짙푸른 초록도, 높디높은 하늘도... 그리고 그사이로 맞닿은 대간길도.. 이 계절이 아니면 이만큼의 감동을 줄수 없음을 확신하는 날이었다.
함께하신 대전2030산악회 “백두대간종주대“ 여러분 수고 셨습니다. 담 산행에서 뵙겠습니다....
- 간 첩 올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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