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거창하게 잡았는데 별거 없다.
그냥 평상시 생각했던 것들을 끄적여보고자 한다.
한국인의 이름을 영어로 써야 할 때 어떻게 표기하는 것이 맞는가 하는 것에 대해서 좀 생각을 해보고 싶다.
이 문제는 크게 세 가지 범주로 나눠서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우선 각각의 철자를 어떻게 알파벳으로 표기하는가 하는 문제.
둘째로 이름의 순서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
마지막으로 띄어쓰기, 하이픈 등의 사용에 관한 문제다.
1. 철자의 알파벳 표기.
우리말을 알파벳으로 적을 때에는 로마자표기법에 따르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관용적으로 자주 쓰이는 표기일 때는 이 법칙과 다르게 표현하는 경우가 많고,
또 로마자표기법에 따르는 것보다 다른 표기가 더 실제 발음에 가깝게 소리 나는 경우가 있어서 혼동이 생긴다.
우선 성에 대해서 논의해보자.
국어로마자표기법에 따르면 김, 이, 박은 각각 Gim, I, Bak 이 된다.
그런데 Bak은 영어 사용자가 읽었을 때 '백' 또는 '배크' 처럼 소리나기 쉽고
Bark로 표기하면 조금 더 실제 발음에 가까워지지만 '개가 짖다'는 뜻을 갖게 되어 난감한 상황이 된다.
이런 연유로 해서 박 씨성의 경우는 대부분의 경우 'Park'로 표기하는 것이 관례다.
김 씨의 경우도 관용적으로 Kim이라는 표기가 사용되고 있다.
(개정되기 전의 로마자표기법에 따르면 '김'은 Kim으로 표기하게 된다.)
이 씨의 경우가 재미있다. 한국인의 이 씨의 경우 영어로 표기할 때 대부분 Lee로 쓴다.
간혹 Yi라고 쓰는 경우가 있고 (특히 역사 속의 인물을 표기할 때 이런 경우를 종종 보았다. 예를 들면 이순신 장군)
이승만은 Rhee라는 표기를 사용했다.
사람들에게 이 씨를 영어로 적을 때 왜 'Lee'로 표기하냐고 물으면 '두음법칙 때문에 그렇다'고 대답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건 틀린 대답이다.
나도 이 문제에 대해서 상당히 고민을 해봤고, 내 생각이 확실한 정답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이'라는 발음이 모음 하나로만 이루어져 있어 상대편이 알아듣기도 힘들고, 알파벳으로 표기하기도 난감하기 때문에
두음법칙이 적용되기 이전의 발음인 '리'를 사용하게 된 것 같다.
그렇다면 왜 Rhee, Li, Ree가 아닌 'Lee'냐고 묻는다면, 미국인의 성 중에 'Lee'라는 성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Lee는 미국인 가운데서도 매우 흔한 성 중의 하나다.
그리고 중국의 '리' 씨는 한어병음에 따라서 대부분 Li로 표기하지만 간혹 Lee로 쓰는 경우도 있다.
로마자표기법에서도 제3장 제4항에서 '성의 표기는 따로 정한다'고 하여 일반적인 규칙을 적용하지 않음을 명시하고 있다.
성을 제외한 나머지 이름의 경우에도 제3장 제7항에 '인명, 회사명, 단체명 등은 그동안 써 온 표기를 쓸 수 있다'고 하여 관용적인 표기를 인정하고 있다.
이름에 '영'이 포함되는 경우 로마자표기법에 따르면 'Yeong'이지만 실제로는 많은 사람들이 'Young'이라고 표기한다.
영어에 young이라는 단어가 있고, 그 발음이 우리말의 '영'과 거의 같기 때문에 그렇게 표기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에는 한국인이 읽을 때나 외국인이 읽을 때나 혼동의 여지가 거의 없기 때문에 별 문제가 안 된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하나의 표기를 여러 가지로 읽게 되는 경우이다.
'정'과 '중'의 로마자표기법은 각각 'Jeong'과 'Jung'이다.
그런데 Jung을 외국인이 읽을 때 '정'에 가깝게 발음하는 경우가 많고, 이런 이유로 '정'을 Jung으로 표기하는 경우도 많이 볼 수 있다.
그러면 한국인의 이름에 'Jung'이라는 글자가 있을 때 '정'으로 읽어야 되는지 '중'으로 읽어야 되는지 혼동이 오게 된다.
Jeong이나 Joong은 혼동의 여지가 없지만, Jung이 참 골치 아프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좋을지는 어려운 문제이지만, 로마자표기법을 철저히 따르는 것이 좋지 않나 싶다.
중국의 경우는 애초에 중국어 발음 표기를 위한 한어병음 표기법이 개발되어, 이것이 표준으로 받아들여지고 모든 사람들이 그 법칙을 잘 따르고 있지만,
우리 나라의 경우는 로마자표기법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많고, 알고 있어도 관용적인 표기나 본인이 선호하는 표기를 따르는 경우가 많아서 이런 혼동이 생긴다.
그렇다고 개인의 이름 표기를 국가에서 강제할 수도 없는 사안이고 골치 아픈 일이다.
2. 이름의 순서에 관한 문제.
동아시아 문화권에서는 성이 먼저 오고, 북미,유럽에서는 성이 나중이 온다.
그래서 한국인이 서양에서 생활하거나 이름을 영어로 표기할 때 성을 뒤에 표기하게 되는데 이 점에 문제를 일으킨다.
홍길동이라는 사람이 미국에 가서, 성을 뒤에 놓고 자신의 이름을 Gil Dong Hong이라고 표기했다고 하자.
이 때, 한국인은 성을 앞에 쓴다는 것을 알고 있는 서양 사람이 Gil이 성인 것으로 착각하여 Gil을 맨 뒤로 돌려 Dong Hong Gil이라고 표기하게 되는 우스꽝스러운 일이 종종 발생한다.
공식적인 서류나 학술지 등을 포함한 문서에서 First name, Last name 등을 명백히 구별하여 쓰도록 한 경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나머지 경우에 성을 앞에 쓰냐 뒤에 쓰냐의 문제가 생길 수 있는데, 두 가지 경우를 뚜렷하게 나누기는 힘들지만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서양문화권에서 생활을 하며 자신을 소개하거나 하는 경우는 성을 뒤에 쓰는 것이 혼란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되도록 성을 앞에 쓰는 것이 맞다.
로마자표기법에서도 '인명은 성과 이름의 순서로 띄어 쓴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런 점은 민족 문화의 자존심, 자부심과도 연계된 문제라고 생각한다.
특별히 필요한 경우도 아닌데 제가 먼저 성을 뒤로 돌릴 이유가 없다.
우리말의 이름은 성과 이름이 순서대로 하나가 되어 사용되며, 제 각각 따로 기능하는 것이 아니다.
'홍'은 가문 대대로 공유하는 부분이고 '길동'은 개개인에게 주어진 이름이라는 개별적인 기능만 있는 것이 아니라
'홍길동'이라는 이름의 순서도 중요하며 '홍길동' 세 글자가 합하여 온전히 하나의 이름으로서 기능하는 것이다.
서양 언론에서도 이런 관습을 존중하여 원래의 이름 순서 그대로 표기하는 것이 관례가 되어 가는 듯 하다.
대표적인 예로 뉴욕타임즈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이름을 항상 'Lee Myung-bak'이라고 원래 이름 순서대로 표기하는 것을 눈여겨볼만 하다.
3. 마지막으로 성을 제외한 나머지 이름을 표기할 때의 문제에 대해 살펴보겠다.
한국인의 이름은 대부분 성 1 음절, 나머지 이름 2 음절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두 음절을 붙여쓰는 경우, 띄어쓰는 경우, 하이픈(-)을 넣는 경우 세 가지로 나뉜다.
로마자표기법에서는 '붙여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음절 사이에 붙임표(-)를 쓰는 것을 허용한다.'고 되어 있다.
(부끄럽게도 하이픈을 우리말로 붙임표라고 하는 것을 처음 알았다.)
미국에서 생활하다 보면 붙여 쓰는 경우와 띄어 쓰는 경우 모두 흔히 볼 수 있으며, 하이픈을 넣는 경우는 상당히 드물다.
즉, 붙임표를 넣는 경우를 제외하면 붙여 쓰기, 띄어 쓰기 두 가지로 나뉘는데 로마자표기법에 따르면 붙여 쓰는 것이 맞다고 할 수 있겠다.
(참고로, 지금까지 주변의 중국, 대만 출신 사람들을 보면 중국 본토 출신은 붙여쓰고, 대만 출신은 붙임표를 넣어서 썼다.
이것이 정해진 규칙인지는 알 수 없지만, 내가 주변에서 본 수십명의 중국, 대만 사람들은 모두 이 법칙을 따르고 있었다.
참고삼아 위키피디아에서 장쩌민, 후진타오, 천수이볜, 장제스 네 명의 이름을 검색해본 결과 대만 사람인 뒤의 두 명만 붙임표를 넣고 있었다.)
이 두 가지 방법은 일장일단이 있다.
붙여쓰는 경우에는 외국인이 이름을 읽을 때 어디서 띄어읽어야 할지 몰라서 실제 발음과 동떨어진 발음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이름을 이니셜로 표현할 때 홍길동은 G Hong과 같이 되어 마지막 글자가 이니셜에 전혀 나타나지 않게 된다.
학자들의 경우 참고문헌 목록에 성과 이름의 이니셜만 표기되는데, 이럴 경우에 G Hong보다 GD Hong으로 표현되는 것이 알아보기 훨씬 편하다.
같은 성을 가진 사람이 매우 많은 한국인, 중국인의 경우에 이런 문제가 상당히 심각해진다.
반면, 이름을 띄어서 쓰게 되면 이름의 마지막 글자가 미국식 이름의 Middle name으로 처리되어 종종 생략이 된다.
즉, 홍길동이 Gil Hong으로 불리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내 생각에는 붙임표를 넣으면 띄어서 읽기에도 편하고, 이니셜을 쓸 때에도 세 글자가 모두 온전히 표현될 수 있으니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생각나는대로 쓰다보니 글이 참 길어졌다.
간략히 정리하자면,
1. 관용적으로 굳어진 표기는 존중하되, 되도록이면 로마자표기법을 따르는 것이 좋다.
2. 성을 제외한 나머지 이름은 붙여쓰기, 붙임표를 넣기, 띄어쓰기 세 가지가 혼용되고 있으나 모두 장단점이 있어 한 가지를 정하기가 쉽지 않다.
3.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성을 먼저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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