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이야기

Eugene Lee 2010. 5. 8. 00:33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Orpheus & Eurydice: 오휘어스와 유리디씨)

오르페우스는 인간으로서 가장 위대한 음악가로 알려져 있다.

그의 음악은 누구도 할 수 없는 그런 경지에 도달해 있었다.

그가 lyre(하프)를 켜며 노래를 하면, 그의 아름다운 음악에 심취되어 자연도 숨쉬는 것을 잊은채, 깊은 정적이 온 누리를 감쌌다고 한다.

지저귀던 새들도 노래를 멈추고, 흐르던 시냇물도 가던 길을 멈추고, 구름도 그의 곁으로 가까이 내려앉고 돌과 나무뿌리는 땅위로 솟구치고, 잡은 짐승을 막 먹으려고 하던 맹수들도 먹기를 잊어버리고, 잡힌 짐승 또한 도망가기를 잊고 맹수와 나란히 앉아 그의 노래를 들을 정도 이었다.

 

 

오르페우스의 어머니는 9명의 Muse 중에서 서사시를 가장 잘하며, 또한 가장 아름답다고 알려진 칼리오페(Callliope) 이고, 그의 아버지는 태양의 신 아폴로이다. Lyre(리라)는 아버지인 아폴로 신으로부터 받은 선물이다. 그가 리라를 켜며 노래하기 시작하면, 사자, 염소, 양 이리 같은 동물들과 뻐꾸기, 종달새, 독수리, 참새 같은 새들뿐만 아니라, 참나무, 삼나무, 오동나무, 월계수나무들과 강, 시냇물은 물론이고, 물가 주변에서 흩어져있는 자갈들, 바위들도 모두 황홀경에 빠져서 그의 노래에 맞춰 흔들흔들하면서 춤을 추었다.

그래서 그는 이야손(Jason)이 황금양털을 찾으러가기 위하여 모집하였던 “아르곤 배를 탄 영웅들” (Argonauts:아고넛츠)중의 한 사람이었기도 했다. 사이렌들의 음악에 홀려 배 Argo이 파선되는 것을 막을 수 있으려면, 사이렌들의 노래를 능가하는 그의 음악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숲 속에서 음악만을 사랑하던 오르페우스에게도 사랑이 찾아왔다. 에우리디케(유리디씨)라는 님프를 열정적으로 사랑하게 되었다. 드디어 그들은 숲속의 님프들의 축복을 받으며 결혼했다. 그들이 얼마나 행복했느냐 하면, 오르페우스는 그의 열정적인 사랑과 그의 가슴을 가득히 채우고 적시는 그의 감미로운 사랑의 노래를 듣고 님프들은 모두 자신들의 사랑인양 행복해 했고 숲속에서 이름 모를 꽃들도 짙은 사랑의 향기를 발산했으며, 하늘에 있는 별들조차도 사랑의 감동으로 더욱 반짝이면서 춤을 추었다. 그렇게 행복하기만 하던 그들에게 뜻밖의 불행이 닥쳐온다.

 

 

어느 날 에우리디케는 계곡을 홀로 거닐고 있었는데, 그때 아리스티어스(Aristeus)라는 목동이 그녀의 미에 감동되어 그녀에게 다가서는데 그녀는 자신을 헤치려는 줄로 알고, 달아나다가 풀숲에 있는 독사에게 물려 죽고 만다.

집에 없는 에우리디케를 찾으려 나갔던 오르페우스는 싸늘한 시체가 되어버린 그녀의 죽음을 알게 된 순간 그는 슬픔으로 미칠듯했다. 그녀는 그의 사랑이자 그의 생명이었다.  그는 리라를 끌어안고 그의 슬픔을 노래하니 그 노래를 듣는 산천초목이 모두 슬픔에 잠겨 눈물을 비 오듯 흘리며 그를 위로해 주었다.

 

 

 그렇게 밤낮으로 침식을 전폐하다시피 에우리디케를 그리워하던 그는 불현듯 번개불 같은 생각이 났다. “말 못하는 자연 조차도 나의 노래에 이렇게 감동을 받는다면, 나의 음악으로 에우리디케를 헤이디즈에게서 구해올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마음먹은 그는 리라하나만 메고는 아내를 찾아 지하의 끝에 있다는 어둠과 그림자들의 나라인 저승의 나라를 향해 멀고 먼 험난한 길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는 에우리디케를 찾으려 지하 나라고 가는 동안 쉬지 않고 노래했다.

“지하세계의 신들이여! 당신들이 있는 이곳으로 우리를 생명 있는 자는 다 오게 마련입니다. 나의 말을 들어 주십시오. 그것은 진실입니다. 제가 이곳에 온 것은 타르타로스의 비밀을 탐지하기 위한 것도 아니고, 뱀과 같은 머리칼을 가지고 있는, 머리가 3개인 문지기 개[하데스의 입구를 지키는 괴견 케르베로스]와 힘을 겨루려는 것도 아닙니다. 저는 꽃다운 청춘에 독사에 물려 뜻하지 않은 죽음을 당한 제 아내를 찾으러 온 것입니다. 사랑이 저를 이곳으로 인도한 것입니다. 사랑은 지상에 거주하는 우리들을 지배하는 전능의 신일 뿐 아니라, 옛말이 옳다면 이곳에서도 역시 그럴 것입니다.

 

저는 여기 공포로 가득한 곳, 침묵과 유령의 나라에 맹세하여 당신들에게 간청합니다. 에우리디케의 생명의 줄을 이어 주십시오. 언제가 우리들은 당신들이 잇는 이곳으로 오게 마련이나 오직 일찍 오느냐, 늦게 오느냐 하는 차이가 있을 따름입니다. 저의 아내도 수명을 다한 후에는 당연히 당신들의 수중에 들어올 것입니다. 그러나 그때까지는, 원컨대 그녀를 저에게 돌려주십시오. 만약 거절하신다면 저는 홀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저도 죽겠습니다. 두 사람의 죽음을 눈앞에 놓고 승리의 노래를 부르십시오.

 

그가 이런 애달픈 노래를 부르자. 망령들까지도 눈물을 흘렸다. 탄탄로스[제우스의 아들이자 펠로포스와 니오베의 아버지. 거부였으나 아들 펠로프스의 고기를 여러 신들에게 먹이려고 한 죄로 명부에서 영원한 기갈에 허덕이게 됨]는 목이 마른데도 잠깐 동안 물을 마시려고 하지도 않았고, 익시온[켄타우로스의 아버지. 불경죄로, 불타는 수레바퀴에 묶인채 끝없는 회전을 계속한다고 함]의 차륜도 정지하였다.

독수리는 거인의 간을 찢기를 중지하였고, 다나오스의 딸들은 체로 물 푸는 일을 중지했다. 그리고 시시포스[Sisyhos. 코린트의 왕. 제우스를 속인 죄로 바위를 산 위로 굴러 올리는 일을 한없이 되풀이하는 형벌을 받았다고 함.]도 바위 위에 앉아서 노래를 들었다.

복수의 여신들의 양볼이 눈물에 젖은 것도 그 때가 처음이라고 한다.

절대로 감동 받지 않는 얼음같이 냉정한 마음을 가진 헤이디즈도 전무후무하게 이 때만은 감동을 받았다.

너무나 마음이 아퍼 눈물까지 흘리며 애원하는 아내 페르세포네의 요청도 있었지만, 강경한 헤이디즈 자신의 마음도 오르페우스의 노래에 결국 누그러지고 말았다.

 

그래서 그는 오르페우스가 에우리디케를 데려가는 것을 허락해 주었다. 단, 한가지 조건이 있었는데, 헤이디즈의 조건은 에우리디케를 데리고 갈 수는 있지만, 어둠의 나라를 벗어나기 전까지는, 절대 그녀를 돌아봐서는 안 된다는 조건이었다. 그 정도 조건이라면 식은죽 먹기로 쉬운 일이라고 생각한 오르페우스는 헤이디즈와 페르세포네의 호의에 나무나 감사하면서 빛의 나라를 향해 당장 길을 떠났다.

 

처음에는 자신있게 길을 떠났는데, 점점 시간이 흐르니 뒤 따르는 에우리디케가 과연 그의 뒤를 따라오는지 돌아보고 확인 할 수가 없으니, 도통 알 수가 없었다. 길고 긴 저승의 나라를 되돌아 나오는 도중 내내, 그의 신경은 온통 그의 뒤를 따라오는 에우리디케에게 쏠려 있었다. 발자국을 옮길 때마다, 과연 아내가 따라오는지 희미한 기척소리나마 들으려고 그는 귀를 바짝 세우고 당장이라도 고개를 돌려 확인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며, 가파르고 험난한 길을 따라갔다.

 

마침내 그는 어둠의 나라를 벗어나서 빛의 나라에 발을 디뎠다. 그의 발이 빛의 나라 땅을 밟자마자, 맑고 밝은 빛의 따스함이 전율하듯 그의 몸을 타고 흘렀고, 눈부시게 반짝이는 투명한 햇살은 그의 얼굴을 이루만지며 몸과 다리까지 부드럽게 휘감으며 그를 반겨주었다. 드디어 성공 했구나!.

그는 너무나 기쁜 나머지, 더 이상 생각할 겨를도 없이, 따라오고 있을 사랑하는 아내를 보려고 고개를 돌려 뒤를 보았다.

 

그런데, 에우리디케는 빛의 나라로 들어서기 바로 한 발자국 전이였다. 아내는 일순간 그의 시야에 환하게 들어왔다가 그림자처럼 저승나라고 끌려가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 포옹하려고 팔을 내밀었으나, 허공을 감았을 뿐이었다. 두 번째로 죽어 가면서도 에우리디케는 남편을 원망할 수도 없었다. 자기를 보고싶어 못 견디어 저지른 일을 어떻게 탓할 수 있을 것인가. “이제 최후의 이별입니다. 안녕히!”라고 그녀는 말했다. 그러나 어찌나 빨리 끌려갔던지, 그 소리조차 잘 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이렇게 말을 마치자마자, 그의 눈에서 사라져버렸다. 연기가 공기 속에서 흐트러지면서 희미하게 사라지듯 그렇게 그녀의 자취는 공중에 머무는 듯 하더니 곧 어둠속으로 미끄러지듯 그대로 빨려 들어가 버렸다. 그가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는 너무 늦어버렸다. 저승의 문은 이미 굳게 닫혀 버렸고, 시커먼 저승의 강은 무섭게 흐르고 있었다. 뱃사공 카론도 더 이상 그를 배에 태워주지 않았다.

 

그는 아내를 두 번 잃은 슬픔을 겪어야 했다. 이번에는 정말로 영원히 아내를 잃어버렸다는 것을 그는 깨달았다. 그는 일곱 달 동안을 울면서 리라를 뜯으며 슬픔의 노래를 불렀다.

그렇게 그는 남은 생애를 아무도 없는 들판과 계곡 속을 헤매며 아내를 잃은 슬픔을 노래하면서, 여자와의 사랑을 부정하며 보냈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어떤 아름다운 사랑도, 어떤 행복도 결혼도, 굳어진 그의 마음을 예전의 따뜻한 마음으로 돌이키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날 밤, 그는 숲속에서 디오니서스의 의식을 받드는 광적인 여인들(미네즈: Maenads/Bacchante)을 만나게 되었다. 미네드(Maenad)들은 여자를 멀리하는 그가 늘 못마땅했다. 그들은 처음에는 그에게 욕설과 함께 돌, 나뭇가지들을 던졌다. 그러나 그를 향해 날아오던 돌들과 나뭇가지들도 그를 다치게 하지 못했다. 공중에서 날아오다가 그의 리라 소리가 들릴만한 거리에 도달하자, 힘을 잃고 그대로 그의 발아래에 사뿐히 떨어져버렸다.

그러던 처녀들은 소리를 질러 리라 소리가 들리지 않게 한 후에 무기를 던졌다. 결국 오르페우스는 온몸에 피를 적시며 쓰려졌다. 광분한 처녀들은 그의 사지를 갈기갈기 찢고 그의 머리와 리라를 헤브로스 강에다 던져버렸다.   .

 

 

그러자 그것들은 슬픔 노래를 속사이는 듯 노래와 연주를 하면서 흘러 내려갔고, 양쪽 강변에서도 이에 맞추어 슬픈 노래를 불렀다. 그의 “노래하는 머리” 는 강을 타고 흘러흘러 바다에 도달하니 어부들은 그의 노래를 인어들의 노래라고 생각하며, 고기잡이를 중단하였고 끼르륵 끼르륵 바다 위를 날던 갈매기들도 바다 위에서 그대로 멈추었다.

 

 

뮤즈의 여신들은 갈기갈기 찢어진 그의 몸을 모아 레이베트라에 묻었다.

이 레이베트라에서는 지금도 밤 꾀꼬리가 그의 묘에서 그리스의 다른 지방 그 어디에서보다도 아름다운 소리로 운다고 전해지고 있다. 그의 리라는 제우스신에 의하여 하늘에 별자리가 되었다.[북천에 있는 성좌인 ‘거문고자리’가 됨.]

 

 

 

망령이 된 그는 또 다시 타르타로스에 내려가 에우리디케를 찾아내고 열렬히 그녀를 끌어안았다. 그들은 같이 행복에 취해 들판을 거닐었다. 때로는 그가 앞서기도 하고, 때로는 그녀가 앞서기도 하면서, 오르페우스는 이제는 부주의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고 하여 벌을 받을 염려도 없이 마음껏 그녀를 바라보았다